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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료집 발간은 오노(大野綠一郞) 문서가 공개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그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자리를 그만두고 나서 당시 갖고 있던 많은 자료들을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 자료들이 그의 死後 유족에 넘겨져 보관되어 오다가 지난 1980년대 말 일본국회도서관 헌정자료실에 기증되어 현재 그곳에 보존되어 있다.

정무총감 자리는 총독과 진퇴를 같이 하는 최측근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총괄하는 최고의 자리였다. 총독이 일본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큰 방침을 제시한다고 하면, 구체적인 작업은 정무총감이 수행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국의회 설명자료는 조선총독부의 각 부서, 즉 관방, 사정국, 재무국, 식산국, 농림국, 법무국, 후생국, 경무국, 학무국 등(관제는 수시로 개정되어 그 명칭이 바뀌었다)에서 작성하여 일본 본국의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조선총독의 지위와 권한은 천황에 직예하여 본국의 의회나 내각의 지시, 감독을 받지 않았는데도 총독부에서 본국의 의회에 설명자료를 제출했던 것은, 의회가 예산과 결산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본국 의회는 예산과 결산 문제를 가지고 총독부를 견제, 감시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물론 태평양전쟁을 도발하면서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이른바 1942년 '내외지 행정일원화' 조치로 인하여 조선총독은 각 성의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게 되었다. 이는 태평양전쟁으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행정의 일원화와 일관성을 통하여 전시동원체제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비상조치였다.

제국의회 설명자료는 단지 지배정책을 분석하는 데에만 이용되는 자료가 아니다. 각 부서에서 당시 조선의 상황이나 동향 등을 상세히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사, 민족해방운동사나 사회사 연구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자료이다. 이렇듯 중요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착목하여 이들 자료를 이용한 연구는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여기에는 그 자료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어서 수집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전시기라는 '비상상황'으로 인해 이들 자료들은 대부분 극비 문서로 처리되어 매우 제한된 분량만이 인쇄되어 요로에 배포되었다. 총독, 정무총감, 본국의 주요 관계기관 등에만 배포된 것이다. 따라서 중일전쟁 이전의 제국의회 설명자료는 한국의 정부기록보존소 등에서도 간혹 찾아 볼 수 있으나 전시동원체제 이후의 자료는 매우 희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노 문서를 접하게 되면서 거기에 수장되어 있는 제국의회 설명자료를 토대로 30년대 이후 제국의회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여 발간하고자 하였다. 자료들이 산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이 미공개 또는 결락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완전히 수집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이에 우선 수집이 가능한 것부터 발간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제65회 제국의회(1933년)의 자료부터 1941년 제86회 제국의회 설명자료를 발간하게 된 것이다. 1933년 제65회분부터 시작한 것은 특별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수집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자료가 수집되는 대로 계속 발간할 계획임은 물론이다.

본 자료집에서는 제79회(1941년) 제국의회 설명자료가 무려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회기의 자료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 부서의 것만 수록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제65회는 관방과 외사국의 것만 있고 제69회나 제73회의 경우는 경무국 자료만 있다. 반면에 제79회는 전부서의 것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특별한 의도나 사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노 문서에 제79회의 자료는 거의 완벽하게 소장되어 있으나 다른 회기의 것은 일부 자료만이 있기 때문이다.

제79회 자료는 이제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고, 거의 대부분이「極秘」, [嚴秘」, 「秘」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희귀하고 중요한 자료이다. 이 시기, 곧 1941년은 태평양전쟁 도발을 목전에 둔 시점으로, 1938년부터 조선에서 전시총동원체제를 구축해 온 총독부에서는 이에 대비하여 전쟁동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때이다. 따라서 그때까지의 전시동원 계획과 시행상황 등을 총괄하여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제반 상황 등을 상세히 조사, 보고하고 있기도 하다. 즉, 민족해방투쟁의 현황과 대책, 언론통제정책, '창씨개명'의 실상, 인적 자원(군인, 군속, 노무 등) 동원계획, 물적 자원의 현황과 동원계획 등을 상세히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본 자료집에는 제79회 설명자료를 제외하고는 결락된 부분이 많아 자료집으로서 체계적이지 못한 감도 있다. 그러나 우선 수집이 가능한 자료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그대로 발간하게 되었다. 이처럼 미비한 점은 앞으로 계속 추적하여 수집되는 대로 보완하여 나갈 것을 약속하는 바이다.